🍽️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16화 – 프렌치 감성과 모두의 식탁 - 블루링스의 콘텐츠 리뷰

16주나 지나도 재미가 줄지 않아

요즘 TV가 없어도 굳이 본방을 챙겨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건 바로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입니다. 예전에도 즐겨봤지만, 최근 회차들은 구성이 더 탄탄해지고 캐릭터들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다시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16화는 오랜만에 여운이 오래 남는 회차였습니다. 프랑스 요리 대결과 12인 단체요리 대결이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무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프렌치 요리가 우아한 이유

먼저 프랑스 요리 대결은 짧은 시간이지만 마치 파리를 살짝 스쳐간 듯한 기분을 주었습니다. 샘 킴 셰프는 가자미 뫼니에르니에르, 페스츄리 생지로 덮은 버섯 수프, 당근 라페를 선보였고, 손종원 셰프는 오리고기와 감자 그라탕으로 만든 콩피 드 카나르를 준비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메뉴들이었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는 버섯을 좋아해서인지 샘 킴 셰프의 버섯 수프가 유독 맛있어 보였고, 손종원 셰프의 콩피 드 카나르는 그 고급스러운 비주얼 덕분에 프랑스 요리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날의 게스트였던 정재형이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을 겪은 ‘파리지앵’인 만큼, 프렌치 요리에 대한 감상과 반응이 더 깊고 흥미로웠습니다.

요즘같은 혼밥시대 같이 먹는 밥이 그리운 이유

이어지는 12인 단체요리 대결은 전혀 다른 온도로 다가왔습니다. 권성준 셰프는 닭고기 라자냐를, 최강록 셰프는 돼지고기 전골 요리를 선보였는데요. 특히 최강록 셰프의 전골 요리는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방송을 보다가 ‘이건 나중에 한번 꼭 따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대결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단순히 음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원래 ‘냉부’는 냉장고 주인만 요리를 맛보는 구조라 보는 입장에서 늘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유 있게 준비된 음식에 샴페인까지 곁들여 출연자 전원이 함께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따뜻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게스트 정재형도 자신의 유튜브 촬영 시 스텝들과 함께 식사하는 걸 좋아한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롱런할 것 같은 예감

예전 시즌이 다소 흥미를 잃었던 이유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오래 방영하다보니 출연자들이 미리 화려한 재료를 준비해오는 경우가 많았고, 셰프들도 방송 경험이 쌓이면서 요리에 대한 노하우가 너무 숙련되어 긴장감이 떨어졌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흐름이 누적되면서 예능 특유의 ‘예측 불가함’이 점차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요즘 회차들은 다양한 테마의 대결 구성과 예상 밖의 음식 조합, 자연스러운 캐릭터 호흡이 더해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TV가 없어도 일부러 인터넷 온에어로 본방을 챙겨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낯선 요리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고,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드는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16화는 꼭 한 번 보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족으로 이 프로그램은 EDM을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는데 그 와중에 Wing의 Dopamine이 들어갔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